안녕하세요. 산을 사랑하는 나탈리아 입니다.
이번 백두대간 남진 종주는 화방재에서 출발하여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을 넘고, 고요한 대간의 속살을 지나 구룡산, 그리고 도래기재로 이어지는 약 24km의 여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장거리 구간인 만큼 출발 전부터 긴장과 설렘이 공존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대간 길 특유의 묵직한 무게감과 장엄한 대자연의 풍경을 느낄 수 있었던 이번 산행의 기록을 정중히 공유해 봅니다.
🏔️ 산행 개요 (화방재-도래기재)
날짜 : 2026. 5. 9. 토
- 산행 코스: 화방재 ➡️ 사길령 ➡️ 태백산(천제단) ➡️ 부쇠봉 우회 ➡️ 깃대배기봉 ➡️ 차돌배기 ➡️ 신선봉 ➡️ 곰넘이재 ➡️ 고직령 ➡️ 구룡산 ➡️ 도래기재
- 산행 거리: 약 24.4km
- 소요 시간: 약 [10]시간 [5]분 (휴식 시간 포함)
🌅 높은 고도에서 시작하는 여정, 화방재에서 태백산 천제단까지
새벽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도착한 화방재(해발 930m)는 이미 고도가 높은 편이어서, 남진 코스를 택했을 때 고도 부담을 덜고 시작할 수 있는 고마운 들머리입니다. 완만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옛 보부상들이 영동과 영서를 넘나들며 안녕을 빌었던 사길령 산령각에 닿았습니다. 역사와 애환이 깃든 길을 조심스럽게 지나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고도를 점차 높여가자 태백산의 상징이자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 불리는 장엄한 주목 군락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수백 년의 세월을 버텨온 나무들의 기운을 받으며 마침내 태백산 장군봉과 천제단에 올라섰습니다.
사방으로 막힘없이 뻗어 나간 백두대간의 거대한 마루금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묵직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세차게 불어오는 능선 바람마저도 대간 종주를 환영해 주는 듯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주었습니다.
🌲 고요와 호젓함이 깃든 대간의 속살, 깃대배기봉에서 차돌배기까지
천제단의 화려한 조망을 뒤로하고 부쇠봉 우회로를 지나면서부터는 일반 등산객의 발길이 뜸한, 오롯이 대간꾼들만의 고요한 숲길이 시작됩니다. 숲이 울창하여 조망은 다소 제한적이지만, 산과 내가 온전히 하나가 되어 걷는 호젓한 매력이 있는 구간입니다.
원시림을 닮은 숲길을 묵묵히 걸어 깃대배기봉(1,371m)을 지나면, 길가에 하얀 석영 바위가 박혀 있는 차돌배기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름의 유래가 된 이 독특한 지형을 마주하니 대간 길을 걷는 소소한 즐거움이 느껴졌습니다.
이 구간을 지나면 날머리인 도래기재까지 식수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 전혀 없으므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수분과 행동식을 세심하게 점검했습니다.
💦 은근한 체력의 시험대, 곰넘이재와 마의 구룡산
신선봉을 지나 곰넘이재, 고직령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가파른 급경사는 없지만, 잔잔한 오르내림이 쉼 없이 반복되는 구간입니다. '잔매가 무섭다'는 말처럼, 이미 20km 가깝게 걸어온 다리에 누적된 피로감이 서서히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체력이 점차 소진될 무렵, 이번 코스의 마지막 관문이자 최대 복병인 구룡산(1,346m) 오르막이 나타났습니다. 거친 숨을 고르며 한 걸음 한 걸음 대간 마루금에 발을 디딘 끝에, 마침내 구룡산 정상석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낙동강의 발원지적 성격을 지닌 이 산의 정상에서 안도감과 함께 남은 여정을 위한 마지막 에너지를 충전했습니다.
🏁 안전한 하산과 종주 마무리, 도래기재
구룡산에서 날머리인 도래기재(770m)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다소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미 무릎과 발목의 근육이 많이 풀려 있는 상태였기에, 부상을 방지하고자 스틱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하산을 진행했습니다. 저 멀리 백두대간 생태 터널과 안내판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 비로소 긴 여정이 무사히 끝났음을 실감했습니다.
역방향인 북진으로 진행했다면 초반 구룡산의 가파른 오르막이 큰 부담이었을 텐데, 화방재에서 출발하는 남진 코스는 초반 고도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지혜로운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산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한 조언
- 식수 확보: 태백산 정상부를 지나면 도래기재까지 샘터가 없으므로 가급적 2L 이상의 충분한 식수를 지참하시기 바랍니다.
- 페이스 배분: 후반부 구룡산 오르막과 경사 높은 하산길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초반 태백산 구간에서 무리하게 속도를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긴 거리 동안 안전하게 품어준 백두대간의 자연에 깊은 감사를 전하며, 산행기를 마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늘 안전하고 평온한 산행 이어가시기를 기원합니다.